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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AI의 다음 승부수: 더 긴 기억력과 ‘극단적 추론’의 시대
OpenAI가 차세대 GPT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번 모델의 핵심은 더 커진 컨텍스트 윈도우와 ‘극단적’ 추론 모드다. 이는 단순히 더 똑똑한 챗봇을 만드는 차원을 넘어, 몇 시간에서 며칠에 걸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를 겨냥한 변화로 볼 수 있다. 한편, OpenAI를 둘러싼 경쟁 구도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Anthropic과 Google이 빠르게 추격하는 가운데, OpenAI는 사용자 성장과 제품 만족도를 동시에 지켜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OpenAI의 차세대 GPT 모델이 곧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모델의 ‘기억력’과 ‘생각하는 시간’이 크게 확장된다는 점이다.
우선 새 모델인 GPT-5.4는 현재 GPT-5.2보다 두 배 이상 큰 컨텍스트 윈도우를 갖게 될 전망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모델은 최대 100만 토큰까지 처리할 수 있다. 현재 GPT-5.2의 40만 토큰과 비교하면 상당한 확장이다. 이 수치는 이미 100만 토큰 컨텍스트 윈도우를 제공하는 Google과 Anthropic의 경쟁 모델들과 같은 수준이다. 과거 OpenAI의 GPT-4.1도 100만 토큰을 지원했지만, 5.2는 그렇지 않았다.
이 변화의 의미는 단순히 “더 긴 문서를 넣을 수 있다”는 데 있지 않다. 더 많은 맥락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AI가 사용자의 지시사항과 작업 조건을 더 오래 기억하고, 여러 단계에 걸친 복합적 작업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OpenAI의 Codex 같은 코딩 도구나, 장시간 실행되는 자동화 에이전트에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이른바 ‘극단적’ 추론 모드다. 이 기능은 모델이 어려운 문제를 풀 때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연산 자원을 투입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전해진다. 즉, 빠른 답변보다는 깊이 있는 사고를 택하는 모드라고 볼 수 있다.
이 대목은 흥미롭다. 일반적인 ChatGPT 사용자들은 과거 사례에서도 추론 중심 기능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용자들은 깊은 사고보다 빠르고 직관적인 답변을 원한다. 기업용 서비스 역시 응답 속도가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긴 추론 시간이 항상 실용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기능이 중요한 이유는 활용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학 연구나 고난도 분석처럼, 사용자가 AI를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돌려도 괜찮은 영역에서는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기업 고객 역시 GPT-5.4의 강화된 추론 능력과 장기 작업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더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하는 에이전트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모델은 OpenAI가 제품 업데이트 방식을 바꾸려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회사는 올해 초부터 ChatGPT를 구동하는 AI를 더 자주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며, 많게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업데이트를 진행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GPT-5 출시 당시처럼 기대감이 과도하게 부풀었다가 실망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새 모델에 OpenAI의 ‘Garlic’ AI가 통합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회사 경영진은 지난해 말 Garlic AI가 초기 모델 훈련 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Google의 Gemini 3와 경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출시가 중요한 이유는 OpenAI의 최근 성장 흐름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OpenAI는 지난해 GPT-5 출시 이후 사용자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최근 GPT-5.1과 GPT-5.2 업데이트를 통해 ChatGPT 성장세를 다시 끌어올렸다고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목표에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다. 회사는 지난해 말까지 주간 활성 사용자 10억 명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2월 기준 Chat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 수는 9억 1천만 명 수준이었다. 여기에 최근 국방부와의 상업 계약으로 인한 여론의 비판이 향후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OpenAI를 둘러싼 경쟁 환경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Google의 Gemini와 Anthropic의 Claude가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OpenAI는 단순히 모델 성능만 높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 만족도, 신뢰, 제품 업데이트 속도, 생태계 확장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편 같은 시기 AI 산업 전반에서도 흥미로운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IT 대기업 알리바바는 3D 생성 AI 스타트업 Tripo AI에 투자했다. Tripo는 텍스트나 2D 이미지를 기반으로 정교한 3D 모델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자동차 디자인, 게임, 건축, 제조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SAIC는 초기 자동차 디자인 구상 단계에서 Tripo의 AI를 활용해 다양한 변형안을 생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Tripo는 현재 전 세계 약 65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이 중 85%는 중국 외 지역 사용자다.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며, 그다음이 중국, 일본, 한국 순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연간 반복 매출은 1,200만 달러에 달했다. 또한 Tripo는 이달 안에 첫 번째 월드 모델인 W1을 공개할 계획이다. 월드 모델은 현실 세계 환경과 물리적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하는 차세대 AI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업계의 큰 숫자도 눈길을 끈다. Anthropic은 최근 매출 런레이트 19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몇 주 전 140억 달러에서 더 올라섰다. 또 Anduril은 약 600억 달러 기업가치로 40억 달러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며, Meta는 News Corp와 연간 최대 5천만 달러 규모의 AI 콘텐츠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OpenAI는 NATO 비기밀 네트워크 전반에 AI를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 OpenAI의 차세대 모델은 단순한 버전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더 긴 맥락을 이해하고, 더 오랜 시간 문제를 붙잡고, 더 복잡한 업무를 맡는 AI로 나아가는 방향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재밌는 챗봇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오래, 안정적으로, 신뢰할 수 있게 해결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