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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클보스 형제의 몰락: 크립토 낙관론의 함정
페이스북 소송으로 유명해진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설립한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나이(Gemini)가 IPO 이후 시가총액의 70%를 잃었다. 과도한 글로벌 확장, 집중력 분산, 그리고 타이밍 실패가 겹친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한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강세장 낙관론에 전략을 통째로 맡겨버린 리더십의 구조적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다.

파티는 끝났다
2025년 가을, 윙클보스 형제는 시드니 왕립식물원의 온실에서 호주 진출을 자축했다. DJ가 음악을 틀고, 형제는 화상으로 등장해 환호를 받았다. "우리는 호주에 영구적으로 진출했다"는 선언이 SNS를 장식했다.
그 파티가 끝난 직후, 크립토 시장이 무너졌다.
불과 몇 달 뒤, 제미나이는 호주 사업을 포함한 해외 법인들을 연달아 철수했다. 전체 직원의 25%가 해고됐고, COO·CFO·CLO 세 명의 C레벨 임원이 동시에 교체됐다. IPO 당시 33억 달러였던 시가총액은 현재 2021년 펀딩 밸류에이션($71억)의 약 1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축포가 경고음이었다는 걸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집중하지 못한 대가
제미나이의 근본적인 문제는 약세장이 아니었다. 전략의 부재였다.
코인베이스가 미국 리테일 시장을 착실히 장악하고, 로빈후드가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에서 자리를 잡는 동안, 제미나이는 NFT(Nifty Gateway), 해외 시장 확장, 개인 크립토 투자, 예측 시장, 그리고 마이클 세일러의 Strategy를 벤치마킹한 비트코인 보유 전략까지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달렸다.
유럽에서는 1,000 BTC를 매입한 법인을 설립하고 네덜란드 투자회사 MKB Nedsense와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규제 당국과의 연락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딜이 무산됐다. 그 사이 보유 비트코인 가치는 40% 하락했다. 미국에서는 나스닥 상장 바이오텍을 인수해 "Cypherpunk Technologies"라는 프라이버시 코인 보유 회사를 만들었는데, 초반 주가 급등 이후 75% 이상 폭락했다.
분산은 리스크 헤지가 아니었다. 그냥 혼선이었다.
낙관론은 전략이 아니다
AI 업계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본다. 시장이 달아오를 때 모든 것을 베팅하고, 조정이 오면 "시장 탓"을 한다. 그러나 미즈호의 애널리스트 댄 돌레브가 짚었듯, "경쟁은 훨씬 심해졌고, 쉽지 않다." 강세장이 전략의 결함을 일시적으로 덮어주는 것뿐이다.
제미나이는 2025년 비용이 전년 대비 최대 70% 급증해 5억 3천만 달러에 달한 반면, 매출은 24% 성장에 그쳤다. 순손실은 5억 8,700만~6억 200만 달러로 예상된다. 이건 시장 탓이 아니라 실행의 실패다.
이제 형제가 직접 나선다
흥미로운 건 다음 챕터다. 두 형제는 이제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다음 승부처로 예측 시장을 택했다. 하지만 이미 Polymarket의 하루 거래량이 3억 4천만 달러인 반면, 제미나이의 예측 시장은 출시 두 달간 누적 2,4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해당 사업부 책임자도 이미 회사를 떠났다.
창업자가 직접 나서는 건 종종 반전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 없이 창업자의 열정만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치며
윙클보스 형제는 영리하다. 페이스북 싸움에서 얻은 합의금으로 비트코인을 일찍 사들인 안목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건, 비전과 집행력은 별개라는 오래된 진실이다.
크립토든 AI든, 강세장의 파도를 타는 것과 그 위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건, 그 차이를 혹독하게 배우는 과정이다.
